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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개봉한 <데드맨>은 권력과 자본의 그림자에 의해 존재를 잃어버린 한 남자의 복수를 그린 스릴러이자 사회 고발 드라마다. 주인공 ‘이만재’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갔다가, 누군가의 조작으로 ‘사망자’가 되어 세상에서 지워진다. 그는 더 이상 아무도 아니지만, 바로 그 익명성 속에서 되살아난다. ‘죽은 자’로 살아가는 이의 복수는 곧 진실을 드러내는 여정이며, 그 과정에서 영화는 법, 권력, 언론, 정의 등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배우 조진웅은 이만재를 연기하며 절망 속의 분노, 분노 속의 냉철함, 냉철함 속의 인간적인 감정을 밀도 있게 풀어내며 관객에게 강한 몰입을 선사한다. <데드맨>은 액션 중심의 복수극이 아니라 감정 중심의 복수극이다. 고요하게 시작해 폭발하는 전개는, 결국 ‘사라진 존재들의 목소리’가 세상에 어떻게 드러나는가를 묻는다.
데드맨 줄거리
평범한 중소기업 자문 전문가 ‘이만재’(조진웅)는 우연히 대형 로펌의 하청 계약을 따내면서 거대한 사기극에 휘말린다. 그는 로펌의 지시로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자금을 이동시키는 역할만 맡았지만, 어느 순간 사건의 전면에 서게 된다. 30억 횡령, 조세포탈, 공익제보자 사망 — 언론은 이 모든 키워드를 이만재에게 씌운다. 로펌과 검찰, 경찰, 기업이 서로 짜고 만든 ‘공공의 희생양’. 수감 중에도 진실을 밝히려 애썼지만, 증거는 삭제되고, 변호사는 회유되고, 결국 그는 단독 수감 상태에서 의문사로 처리된다. 하지만 진짜 사망이 아닌, 조작된 죽음이었다. 누군가에 의해 병원 시스템이 조작됐고, 그는 법적으로 ‘죽은 사람’이 된 것이다.
이만재는 깨어나면서 상황을 직감한다. “나는 이제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그는 신분이 없는 ‘데드맨’이 된 상황을 역으로 이용해, 철저하게 그림자 속에서 복수를 준비한다. 과거 함께 일했던 회계사, 로펌 내 하청 담당 변호사, 고위 판사와 검찰 라인 등, 자신을 조작한 이들을 하나하나 추적하며 망을 좁힌다. 그 과정에서 만재는 또 다른 피해자들을 만난다. 국가 공익신고 이후 파산한 퇴직 공무원, 로펌 내부에서 양심을 지키려다 해고된 직원, 유가족을 외면당한 피해자의 아들까지. 그들의 삶 역시 법적으로는 ‘살아있지만, 사회적으론 지워진 존재’였다. 그는 그들과 연대하고, 자신만이 가진 정보력과 용기를 통해 판을 뒤집기 시작한다.
영화 속 주제와 해석
<데드맨>은 겉으로 보기엔 개인 복수극처럼 보이지만, 그 밑에는 매우 복합적이고 사회적인 레이어가 깔려 있다. 이 영화의 핵심은 단순히 '복수'가 아니라, ‘존재의 회복’, ‘진실의 복권’, ‘정의의 가능성’이다.
1. 존재를 지운다는 것의 의미
영화는 한 사람을 사회에서 어떻게 지울 수 있는지를 매우 디테일하게 보여준다. 신분이 말소되면 은행 계좌도, 휴대전화도, 의료 기록도, 거주지도 모두 무력화된다. 이만재는 그런 상태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른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된다 — 폐쇄망 서버 해킹, 위장 아이디, 조작 영상 등. 이 모습은 실존적이면서도 은유적이다. 한국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순간 찍히고, 찍히는 순간 사라지는 수많은 사람들을 대변한다.
2. 복수는 정의가 될 수 있는가?
이만재는 법적 절차를 통해 복수하려 했지만 실패하고, 결국 비합법적 방식으로 진실을 추적한다. 이 지점에서 영화는 복수와 정의의 경계에 선다. 그의 행동은 법 위반이지만, 그가 폭로하는 진실은 공익적이다. 결국 영화는 ‘절차적 정의가 배제된 사회에서, 복수는 때때로 정의가 될 수 있다’는 위험하지만 진실한 명제를 던진다.
3. 시스템은 어떻게 사람을 죽이는가?
로펌, 검찰, 언론, 정치, 기업. 이 다섯 요소는 영화 속에서 하나의 톱니처럼 맞물린다. 그리고 그 톱니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편리한 희생양을 소비하며, 자신들의 이익을 위한 연극을 벌인다. <데드맨>은 이 구조적 문제를 캐릭터 중심이 아니라 시스템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그 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 장르영화를 넘는 깊이를 가진다.
데드맨 결말
이만재는 결국 자신이 수감 중 촬영한 감방 내 CCTV 영상, 내부 로펌 문서, 변조된 사망진단서 등을 확보해 하나의 다큐멘터리 영상으로 만든다. 이 영상은 한 무명의 유튜버 채널에서 공개되지만, 사회에 미친 파장은 상상을 초월한다. 법조계는 물론이고, 국회에서도 청문회가 열리고, 대기업 후계자였던 배후 인물은 공식 사과 기자회견을 열게 된다.
하지만 정작 이만재는 영상에서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법적으로 사망자이며, 복권되지 못한 상태다. 영화의 마지막, 그는 한 벤치에 앉아 아이가 길을 잃는 모습을 보고 조용히 도와준다. 그 아이가 “삼촌 누구예요?”라고 묻자, 그는 대답한다. “그냥, 한때 있었던 사람이야.” 그리고 화면은 서서히 암전 되며, 진실이 남긴 흔적만이 남는다.
결론: 사라졌지만, 완전히 잊히지 않는다
<데드맨>은 거창한 복수극보다는 **지워진 이들의 목소리를 되찾기 위한 영화**다. 주인공의 싸움은 개인의 복수를 넘어서 사회 구조를 향한 일침이며, 동시에 "당신이 지금 이 시스템 속에서 얼마나 안전하다고 느끼는가?"를 질문한다.
영화는 무겁고 불편하지만, 꼭 필요한 이야기다. 우리는 때로 사라진 자들의 몫까지 살아야 하고, 잊히지 않기 위해 싸워야 한다. <데드맨>은 조용한 선언이다. “나는 살아 있다. 당신이 기억해 준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