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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개봉작 <보통의 가족>은 제목처럼 평범해 보이는 한 가족의 일상을 따라가며, 그 안에 숨겨진 갈등과 상처, 그리고 회복의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낸 휴먼 드라마이다. 겉보기엔 평범하지만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가족 구성원들이, 예기치 못한 사건을 통해 조금씩 가까워지고 진심을 나누게 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가족 간의 단절과 화해를 주제로 삼되, 억지 감정이 아닌 ‘말하지 못했던 진심’이라는 공통된 정서를 중심으로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보통의 가족 줄거리
주인공은 50대 중반의 아버지 ‘동철’(설경구 분)과 그의 아내 ‘미숙’(김윤진 분),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준비 중인 딸 ‘지윤’(노윤서 분), 고등학교 2학년 아들 ‘현우’(정건주 분)로 구성된 네 식구다. 표면적으로는 특별할 것 없는 중산층 가족처럼 보이지만, 대화는 끊겼고, 식탁에서도 각자 휴대폰만 바라보는 이들 사이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어느 날, 지윤이 혼자 병원에 다녀온 후 이상한 기색을 보이고, 동철은 자신 몰래 아이가 알바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반면 미숙은 늘 가정을 위해 헌신하면서도 무시당하는 듯한 존재감에 지쳐 있고, 현우는 학교 폭력 문제로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렇게 가족 각자의 문제가 터져 나오면서 서로를 탓하기 시작하고, 감정은 걷잡을 수 없이 격해진다.
그러던 중, 미숙이 갑작스레 쓰러지면서 가족은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하게 된다. 미숙은 다행히 큰 병은 아니지만, 이 사건은 그동안 쌓여왔던 오해와 침묵을 깰 수 있는 작은 균열이 된다. 이후 가족은 각자의 상처를 인정하고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한다. 지윤은 부모에게 자신의 꿈을 털어놓고, 동철은 처음으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려는’ 노력을 하며, 현우도 자신의 잘못을 용기 내어 고백한다.
영화는 가족의 문제를 단순히 ‘누가 잘못했는가’의 프레임으로 보지 않고, 오랜 시간 쌓인 침묵과 무관심이 만들어낸 거리감으로 해석하며, 그 회복을 일상의 작은 변화에서 찾아간다.
영화 속 메시지와 해석
<보통의 가족>은 무엇보다 현실적인 ‘한국 가족’의 단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높은 기대, 낮은 소통, 감정 표현의 서툶은 수많은 가정에서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문제다. 영화는 이 문제들을 극적인 사건보다는, 아주 사소한 일상의 디테일을 통해 풀어낸다.
가장 큰 메시지는 “가족이라고 해서 서로를 자동으로 이해하는 건 아니다”라는 것이다. 동철은 자신이 가족을 위해 희생해 왔다고 믿지만, 가족은 그의 권위적인 태도에 숨 막혀 있었다. 미숙은 모든 것을 감내하면서도 ‘이 정도면 평범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에 자기감정을 억눌렀고, 자녀들은 부모가 진심으로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낀다. 이처럼 ‘보통의 가족’ 안에는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가득하다.
영화는 회복의 시작이 바로 ‘진심 어린 대화’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눈물겨운 고백이나 큰 사건이 아니라, “요즘 어때?”, “내가 몰랐던 것 같아” 같은 짧은 문장이 오가면서 관계는 조금씩 회복된다. 특히 영화 후반부에는 가족이 함께 마트에 가거나, 같은 드라마를 보며 웃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장면들은 단순한 일상의 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거창하지 않아도, 함께 있는 시간 자체가 가족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보통의 가족 결말
미숙의 회복 이후, 가족은 일상으로 돌아오지만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동철은 주말마다 가족 식사를 준비하려 애쓰고, 지윤은 알바를 그만두고 자신이 진짜 원하는 디자인 공부를 시작한다. 현우는 상담을 받고, 학교 문제도 해결된다.
결정적인 장면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 미숙이 가족에게 “우리, 이제 진짜 가족 같아졌네”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가족이란 존재는 완벽하거나 항상 다정한 게 아니라, 서로의 결점을 인정하고도 곁에 머무는 관계임을 보여준다. 영화는 그 말 이후, 특별한 결론 없이 가족이 함께 저녁을 준비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마지막 장면은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 “당신의 가족은 오늘 어떤 대화를 나눴나요?” 이는 단순한 휴먼 드라마를 넘어, 관객 각자의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여운 있는 마무리다.
결론: 평범함 속에 숨어 있는 진심
<보통의 가족>은 큰 사건 없이도 사람을 울릴 수 있는 영화다. 감정의 고조보다는 침묵과 눈빛, 그리고 말 없는 행동을 통해 진심을 전달한다. ‘보통’이라는 말은 흔하다는 의미일 수 있지만, 영화는 그 ‘보통’이 얼마나 소중하고 지켜야 할 것인지 일깨운다.
이 작품은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를 당연하게 여긴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질문을 건넨다. “우리는 정말 서로를 이해하고 있는가?” 그 질문에 천천히 답해나가며,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것 — 그것이야말로 <보통의 가족>이 말하는 진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