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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함도’ 리뷰 (역사의 그늘, 저항과 생존)

by 하고재비 라이프 2025. 7. 3.

 

영화 ‘군함도’ 리뷰
영화 ‘군함도’ 리뷰

 

 

2017년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고, 황정민, 소지섭, 송중기, 이정현 등이 출연한 영화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 나가사키 인근 하시마섬(일명 군함도)에 강제로 끌려간 조선인들의 생존과 탈출을 그린 역사 액션 드라마입니다.
실제 군함도는 1940년대 강제징용의 상징이 된 장소로, 영화는 그 실화를 바탕으로 하되 극적인 탈출 서사를 중심으로 픽션을 가미해 스케일감 있는 전쟁 영화로 제작되었습니다.
‘군함도’는 개봉 당시 무거운 역사적 배경과 상업 영화로서의 오락성, 그리고 주연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로 큰 주목을 받았으며, 한국 영화가 역사적 진실을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에 대한 여러 논의를 불러일으킨 작품이기도 합니다.


전시하의 생존, 탄광 속에 묻힌 목소리들

영화는 경성의 악단장 **이강옥(황정민)**과 그의 딸, 건달 출신의 최칠성(소지섭), 그리고 조선인 독립군 박무영(송중기) 등이 군함도로 끌려가면서 본격적인 서사가 시작됩니다.
군함도는 실제로 바다 한복판에 떠 있는 인공섬으로, 그 안에는 극심한 노동 착취, 인권 유린, 군국주의적 감시 체계가 존재합니다.
영화는 이곳에서 조선인들이 강제 노동에 시달리며, 일본인들에게 인격을 말살당하고 인간 이하의 존재로 전락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냅니다.

특히 영화는 군함도 내부의 구조를 디테일하게 재현해, 좁은 탄광과 격리된 생활공간, 강제 식사, 체벌 등 실제 증언에 기반한 고증을 바탕으로 피해자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데 주력합니다.
이러한 묘사를 통해 관객은 단순한 감상자가 아닌 현장에 함께 있는 듯한 감각과 분노를 경험하게 됩니다.

하지만 ‘군함도’는 단순히 피해와 고통만을 묘사하지 않습니다.
이강옥처럼 현실에 순응하려는 인물, 무영처럼 이상과 사명을 가진 인물, 그리고 그 틈에서 생존을 위해 싸우는 다양한 사람들을 통해, 전시하의 인간 군상을 입체적으로 구성합니다.


스타 캐스팅과 캐릭터 중심의 감정 서사

‘군함도’는 한국 영화계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황정민은 유약하지만 가족을 위해 살아남고자 발버둥 치는 가장 ‘이강옥’을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그는 극의 감정선을 이끄는 중심축으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의 내면을 입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소지섭은 거칠고 충동적인 ‘최칠성’으로 등장해, 잔혹한 세계 속에서 야성적으로 살아남는 인물의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변화를 동시에 그려냅니다.
반면 송중기는 독립군 박무영 역할을 맡아, 명확한 신념과 사명을 지닌 인물로서 극에 균형을 잡고 전개를 이끕니다.

이정현은 극 중 유일하게 강한 여성 캐릭터인 ‘말년’을 연기하며, 군함도 내 여성들의 고통과 생존 의지를 대변합니다.
그녀의 존재는 단순한 피해자를 넘어서, 약자의 존엄성과 의지를 보여주는 핵심 인물로 기능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각각의 캐릭터가 서로 다른 배경과 목적을 가지고 군함도라는 지옥도 안에서 교차하며, 그들의 선택과 변화가 결국 거대한 탈출극으로 향하게 만드는 구조를 택합니다.


역사와 오락의 경계, 그 논란과 의미

‘군함도’는 개봉 당시 실화와 픽션의 경계, 피해자 서사의 소비 방식, 역사적 고증의 타당성 등 다양한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특히 극적인 탈출 장면은 실제 역사에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라는 점에서 일부 비판을 받았고, “피해를 영웅 서사로 소비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많은 관객과 평론가들은 영화가 군함도라는 실존 공간의 참혹함을 대중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지금까지도 군함도는 일본 내에서 강제징용 사실을 부정당하고 있으며, 그 기억을 보존하려는 국제적 노력이 진행 중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군함도’는 단순히 한 편의 액션 영화가 아니라, 기억을 환기시키고 공론장을 형성한 역사 콘텐츠로서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감독 류승완은 오락성과 역사성을 동시에 안고 가려는 시도를 했고, 그 결과는 완벽하지는 않았지만,
“대중 영화가 역사적 상처를 다룰 수 있는가”라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습니다.


결론: 기억을 위한 액션, 군함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군함도’는 무거운 역사를 대중 영화의 형식으로 풀어내려는 도전적인 시도였습니다.
스펙터클한 탈출극과 배우들의 강렬한 연기, 그리고 지워져서는 안 될 역사적 기억을 시각화한 노력은 분명 가치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모든 선택이 완벽할 순 없었지만, ‘군함도’는 분명히 관객에게 "우리가 무엇을 기억해야 하는가"에 대한 메시지를 던졌고,
그것이 영화가 사회적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 방식 중 하나였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진실을 직면하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필요한 시대,
‘군함도’는 그 한복판에서 기억의 역할을 묵직하게 수행한 한국 영화의 한 장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