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개봉한 영화 **‘베놈(Venom)’**은 소니 픽처스에서 제작한 마블 코믹스 기반의 안티히어로 영화로, 마블 세계관 내 **스파이더맨의 숙적 ‘베놈’**을 단독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입니다. 기존의 히어로들과 달리 정의롭지 않지만, 악당도 아닌 독특한 정체성으로 관객에게 신선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톰 하디의 1인 2역 연기(에디 브록 & 베놈), 유쾌한 블랙 코미디 요소, 어두운 도시 분위기 등은 이 영화만의 고유한 매력으로 작용하며, 히어로 장르의 변주를 시도한 도전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영화 ‘베놈’ , 기생체와 인간의 만남, 새로운 안티히어로의 탄생
이야기는 특종을 좇는 기자 **에디 브록(톰 하디)**가 우주 생물 ‘심비오트’와 결합하면서 벌어지는 혼란과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그는 대기업 ‘라이프 재단’의 실체를 파헤치려다 내부 고발자와 접촉하게 되고, 우연히 실험 중인 외계 기생 생명체와 결합하면서 인간과 외계 존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상황에 놓입니다.
이후 에디는 심비오트와 정신적으로 연결되며 이중인격에 가까운 공존 상태로 살아가게 되며, 자신 안에 존재하는 베놈의 폭력성과 본능,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도덕성 사이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베놈은 처음엔 에디의 몸을 이용해 지구를 침략하려 하지만, 점차 그의 삶을 이해하고 함께 공존할 방법을 모색하게 됩니다.
‘베놈’은 기존 슈퍼히어로 영화처럼 정의와 악의 대립이 명확하지 않으며, 선과 악의 경계에서 내면의 괴물과 공존하거나 통제하려는 주인공의 고뇌를 중심에 둡니다. 이 같은 설정은 캐릭터에 대한 몰입감을 높이며, 베놈이 단순한 괴물이나 빌런이 아니라 복잡한 인격과 의지를 지닌 독립된 존재임을 강조합니다.
톰 하디의 1인 2역 연기와 베놈의 블랙 유머
‘베놈’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단연 톰 하디의 열연입니다. 그는 기자 에디 브록의 다혈질적인 면모부터, 베놈과의 내적 대화를 통한 혼란과 공포, 그리고 점차 발전해 가는 브로맨스(?)적인 케미까지도 뛰어난 감정 조절로 표현해냅니다. 특히 에디와 베놈이 몸 안에서 말다툼하거나,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면은 마치 코믹 버디무비를 보는 듯한 이중적 매력을 전해줍니다.
베놈은 단순히 무서운 외계 기생체가 아니라, 블랙 유머와 기괴한 대사로 웃음을 유발하는 캐릭터입니다. "내가 이 녀석을 먹어도 될까?" 같은 장면은 공포와 코미디를 오가는 분위기를 만들며, 마블 영화 특유의 유쾌함을 이질감 없이 흡수합니다.
심비오트가 인간 사회에 적응해가는 과정 역시 웃음을 자아냅니다. 예를 들어 베놈이 엘리베이터나 식당에서 보여주는 비상식적인 반응과 에디의 당황한 표정이 대비되면서 유쾌한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이는 다소 무거운 배경과 설정을 유머로 중화시키며, 대중적 접근성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히어로 장르의 변주, 액션과 미장센의 아쉬움
‘베놈’은 기존 마블 영화와는 달리 보다 어두운 세계관과 단독 서사 구조를 띄며, 뉴욕이나 LA가 아닌 샌프란시스코라는 배경으로 차별화를 시도합니다. 어두운 도시와 빛의 대비, 폐공장과 실험실 같은 공간은 베놈의 음습하고 미스터리한 정체성과 조화롭게 어우러집니다.
하지만 액션 연출 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평가도 존재합니다. 특히 중후반 등장하는 베놈과 또 다른 심비오트 ‘라이엇’과의 전투 장면은 CG의 과잉, 카메라 워크의 혼잡함으로 인해 몰입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두 심비오트가 모두 검은색 계열의 질감을 지녔기 때문에, 전투 장면에서 시각적 구분이 어렵고 스피디한 액션이 오히려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한, 서사의 리듬이 불균형하다는 점도 단점으로 지적됩니다. 초반에는 흥미롭게 전개되지만, 후반 갈수록 전형적인 히어로 영화의 구조를 반복하며, 베놈과 에디의 관계 발전이 급작스럽게 정리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독특한 캐릭터를 세상에 소개한 것만으로도 ‘베놈’의 존재 가치는 충분합니다.
결론: 괴물은 누구인가? 인간의 얼굴을 한 또 다른 자아
‘베놈’은 기존 슈퍼히어로 영화가 보여주던 공식에서 벗어나, 복합적인 성격의 안티히어로를 중심으로 새롭게 접근한 캐릭터 드라마입니다. 히어로이자 괴물, 친구이자 기생체인 베놈의 존재는 에디 브록의 정체성과 맞물리며, 인간 내면의 이중성과 공존의 의미를 비유적으로 그려냅니다.
액션과 이야기 전개에 있어서 다소 미흡한 점도 있지만, 베놈이라는 독특한 캐릭터성과 톰 하디의 몰입도 높은 연기, 블랙 유머의 조화는 큰 강점입니다. 마블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 도전이자, 단순히 빛나는 히어로가 아닌 결함 있는 존재들의 연대를 그려낸 인간적인 이야기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후속작 ‘베놈 2: 렛 데어 비 카니지’로 이어질 만큼, 베놈은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았으며, 다크 히어로의 계보에서 독자적 입지를 구축한 의미 있는 시도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