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 페이즈 4의 마지막 작품이자, 전작 주연배우 채드윅 보스만의 부재를 정면으로 마주한 영화입니다. 그는 2020년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고, 이번 후속작은 이를 현실로 수용하면서도 새로운 블랙 팬서의 탄생과 와칸다의 변화를 담아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히어로물의 다음 챕터가 아니라, 애도와 계승, 문화적 자긍심을 모두 담아낸 진중한 마블 영화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영화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와칸다의 슬픔과 상실, 새로운 시대의 시작
‘와칸다 포에버’는 블랙 팬서 티찰라 왕(채드윅 보스만)의 죽음으로 시작합니다. 영화는 그의 부재를 현실 그대로 반영하며, 와칸다 전역이 국왕을 잃은 슬픔 속에서 혼란과 위기를 맞는 모습을 그립니다. 왕을 잃은 국가는 외부 위협뿐 아니라, 내부적으로도 정체성과 방향성을 잃어버린 상태입니다.
이 중심에 선 인물은 바로 티찰라의 여동생 **슈리(레티샤 라이트)**입니다. 과학자이자 왕실의 후계자인 그녀는 감정과 이성 사이에서 흔들리며, 블랙 팬서의 자리를 계승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슈리는 티찰라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복수와 분노로 갈등하며 심리적 성장을 겪게 됩니다.
외부에서는 새로운 세력, **탈로칸 왕국의 왕 네이머(테노크 휴에르타)**가 등장합니다. 그는 해저 문명을 이끌며, 비브라늄을 둘러싼 이해관계로 와칸다와 충돌합니다. 네이머는 단순한 악역이 아니라 자신만의 논리와 고통을 지닌 군주로, 와칸다와의 대립은 곧 문화와 신념의 충돌로 확장됩니다.
이처럼 ‘와칸다 포에버’는 슬픔과 정치, 전쟁과 성장의 이야기를 교차하며, 이전 마블 영화와는 다른 밀도 있는 감정의 서사를 전개합니다. 관객은 와칸다의 상실을 함께 애도하며, 슈리의 내면 여정을 따라가게 됩니다.
캐릭터와 연기: 여성 중심의 재정립
이번 영화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여성 캐릭터들의 전면적인 부상입니다. 슈리를 중심으로 라마다 여왕(안젤라 바셋),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나키아(루피타 뇽오) 등 강인하면서도 감정적인 여성 리더들이 전면에 나섭니다.
특히 안젤라 바셋은 티찰라의 어머니로서, 국가와 가족 사이의 책임과 슬픔을 모두 짊어진 인물로 등장하며, 깊은 내면 연기와 카리스마를 동시에 보여줍니다. 그녀의 연기는 극 전체의 무게를 지탱하며, 실제로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를 만큼 비평가들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레티샤 라이트는 이전보다 훨씬 복합적인 감정 연기를 요구받으며, 단순한 똑똑한 동생에서 감정의 층위를 지닌 새로운 블랙 팬서로 성장합니다. 그녀가 자신의 상처를 마주하고, 용기와 책임을 선택하는 과정은 한 여성 영웅의 탄생 그 자체로 상징됩니다.
또한, **리리 윌리엄스(아이언하트)**라는 새로운 영웅의 등장은 마블의 차세대 인물군을 암시하며, 앞으로의 페이즈 전개를 위한 복선으로 기능합니다. 영화는 이처럼 새로운 계승자들의 출현과 함께 기존 질서를 자연스럽게 넘기는 방식으로, 변화의 설득력을 확보합니다.
문화적 상징성과 액션의 조화
‘블랙 팬서’ 시리즈가 독보적인 이유는 단순히 히어로물이 아닌, 문화적 정체성과 역사적 맥락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전작에서 아프리카 문화의 자긍심을 드러냈다면, 이번 ‘와칸다 포에버’에서는 해양 문명인 탈로칸을 통해 또 다른 문명의 위상과 고유성을 강조합니다.
네이머가 이끄는 탈로칸은 마야 문명을 모티브로 삼았으며, 그들의 언어, 복장, 건축 등은 현실 역사에 기반한 고증과 상상력의 조합으로 설계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영화는 또 다른 소수 문화의 정체성과 자주성을 마블 세계관에 자연스럽게 흡수시킵니다.
액션 장면은 감정보다 뒤에 놓이긴 했지만, 해상 전투, 공중 전투, 무중력 격투 등 다양한 전장이 섬세하게 구성되어 몰입감을 높입니다. 전작과 달리 전쟁의 책임과 희생을 더 강조하며, 액션의 화려함보다는 무게감을 실은 연출로 차별화됩니다.
음악 역시 주목할 요소입니다. 루드윅 고란손이 담당한 OST는 아프리카 전통 리듬과 현대적인 사운드 디자인을 결합해, 영화의 감정과 장면을 감각적으로 끌어올립니다. 특히 티찰라를 기리는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은 영화 전체의 정서를 집약한 명장면으로 남습니다.
결론: 마블 영화 그 이상의 울림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는 단순한 슈퍼히어로 영화가 아닙니다. 이 작품은 실제의 상실을 인정하고, 그 감정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진심의 영화입니다. 채드윅 보스만을 기리는 방식은 애틋하고, 새롭게 등장한 인물들의 성장과 계승은 자연스럽습니다.
이 영화는 마블의 다음 단계로 가는 디딤돌이면서도, 문화적 정체성, 여성 리더십, 슬픔의 공동체적 치유를 담은 영화로서 독립적인 가치도 갖추고 있습니다. 마블 팬이라면 반드시 감상해야 할 필수작이자, 일반 관객에게도 감정적 깊이와 미학적 감상이 가능한 드문 히어로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