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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이 캔 스피크’ 리뷰 (작은 목소리)

by 하고재비 라이프 2025. 7. 7.

영화 ‘아이 캔 스피크’ 리뷰
영화 ‘아이 캔 스피크’ 리뷰

 

 

2017년 개봉한 영화 **‘아이 캔 스피크’**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다룬 사회적 메시지와 따뜻한 휴머니즘을 유쾌하게 버무린 감동 드라마입니다.
감독 김현석이 연출하고, 배우 나문희이제훈이 주연을 맡아 세대와 경험을 초월한 특별한 우정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작품은,
가벼운 웃음으로 시작해, 시간이 흐를수록 가슴 깊은 울림과 눈물을 전하는 영화로 관객의 극찬을 받았습니다.
실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미국 의회 증언을 모티브로 제작되었으며,
총 32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았습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 리뷰,  민원왕 나옥분과 원칙주의 공무원 민재의 만남

이야기의 주인공은 서울 구청의 **민원왕 할머니 ‘나옥분’(나문희)**과,
원칙과 절차를 중시하는 **신입 9급 공무원 ‘박민재’(이제훈)**입니다.

옥분은 매일같이 구청에 들러 민원과 항의, 요구사항을 끊임없이 제기하는 골칫덩이로 인식되지만,
그 속에는 늘 소외된 이웃을 위한 진심과 애정이 숨어 있습니다.
반면 민재는 규정과 서류를 철저히 따르는 냉철한 성격으로, 옥분과 자주 충돌하게 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옥분은 민재에게 영어를 가르쳐달라고 요청합니다.
처음에는 황당하게 여겼던 민재는 점차 옥분의 진심을 알게 되며
두 사람은 단순한 교사와 제자, 민원인과 공무원을 넘어서는 깊은 유대관계를 맺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옥분의 진짜 목적이 드러납니다.
그녀는 위안부 피해자였으며, 자신의 경험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영어를 배우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는 이 순간부터 단순한 코미디에서
한 인물의 오랜 고통과 용기의 역사적 서사로 방향을 전환합니다.


웃음 속에 숨겨진 용기, 잊지 말아야 할 역사

‘아이 캔 스피크’는 초반부를 유쾌하고 경쾌하게 풀어가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선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민원을 반복하는 할머니의 모습 뒤에는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수많은 여성들의 고통과 목소리가 있고,
민재와의 교감을 통해 드러나는 옥분의 과거는
관객으로 하여금 웃음을 머금은 채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힘을 가집니다.

특히 영화는 피해자로서의 옥분이 아닌,
말하고 싶고, 기억되고 싶은 생존자의 서사를 주체적으로 그려낸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단지 연민을 유도하지 않고,
그녀가 자신의 언어로 세상에 말하려는 과정을 중심에 놓음으로써
**‘말할 권리’와 ‘증언의 의미’**를 강조합니다.

실제 미국 의회에서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영어로 직접 증언했던 사건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와 맞닿아 있으며,
이 장면은 영화 속 가장 강력한 메시지로 작용합니다.

I can speak.
이 짧은 문장이 주는 울림은, 그 어떤 장면보다 묵직하고 강렬하게 관객의 마음을 흔듭니다.


나문희의 명연기, 이제훈의 따뜻한 변화

‘아이 캔 스피크’의 감동은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에서 비롯됩니다.
나문희는 오랜 연기 경력을 증명하듯,
까칠하고 고집스러운 할머니부터 아픔을 품은 생존자, 그리고 당당한 증언자로 성장하는 인물까지
감정의 폭을 유려하게 그려냅니다.
그녀가 직접 연기한 영어 연설 장면은 관객 대부분을 눈물짓게 한 명장면으로 손꼽힙니다.

이제훈 또한 평면적인 ‘착한 청년’이 아닌,
처음에는 냉소적이고 거리감 있는 공무원에서
점차 타인을 이해하고 연대하는 시민으로 성장해 가는 변화의 과정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습니다.

이 두 배우의 조화는 단순한 ‘세대 간 화해’를 넘어서
과거와 현재, 피해자와 시민, 국가와 개인이 서로를 이해하고 손을 잡는 감정의 다리를 완성합니다.


결론: 말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아이 캔 스피크’는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라는 장르적 외피를 입고 있지만,
그 본질은 역사적 침묵에 저항하는 한 개인의 고백과 외침입니다.

이 영화는 말합니다.
"말할 수 있어야 비로소 세상이 귀를 기울인다"라고.
그것은 단지 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수많은 ‘들리지 않는 목소리들’에 대한 메시지입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를 관객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하면서도,
결코 무겁거나 강요되지 않도록 만드는 감독의 연출력과 배우들의 연기
이 작품을 한국 영화사에서 의미 있고 따뜻한 작품으로 남게 합니다.

‘아이 캔 스피크’는 말할 수 있는 용기와, 그것을 들으려는 태도가 만나야 세상이 바뀔 수 있음을 보여주는 영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