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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택시운전사’ 리뷰 (진실을 향한 운전)

by 하고재비 라이프 2025. 7. 1.

영화 ‘택시운전사’ 리뷰
영화 ‘택시운전사’ 리뷰

 

 

2017년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5·18 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그날의 참혹한 진실을 세상에 알리고자 했던 독일 기자와 서울 택시운전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입니다.
장훈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송강호, 토마스 크레취만, 유해진, 류준열 등 뛰어난 배우들이 출연해 극의 몰입도와 감정선을 극대화했습니다.
이 영화는 단지 역사적 사건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통 사람들의 용기와 변화, 그리고 진실을 마주하는 순간의 강렬한 메시지를 전하며, 한국 현대사 영화 중 하나의 이정표로 남았습니다.


영화 ‘택시운전사’ 리뷰, 한 남자의 선택, 광주로 향한 위험한 운전

영화는 서울에서 택시를 운전하며 딸과 단둘이 살아가는 **김만섭(송강호)**의 시점으로 시작됩니다.
그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평범한 소시민으로,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피터, 토마스 크레취만)**를 태우고 광주로 가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차를 몰고 남쪽으로 향합니다.
하지만 그가 마주하게 된 광주의 현실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군인들의 무차별적인 폭력, 고립된 도시, 외부와 차단된 언론.

이 영화의 탁월한 점은, 관객도 김만섭과 같은 시점으로 5·18의 진실을 하나씩 목격하게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그는 처음엔 "내 일 아니다"라는 태도로 시작하지만, 차츰차츰 시민들과 연결되고, 피터와 동행하며, 진실 앞에서 변화해 갑니다.

광주를 나가기 위해, 군의 검문소를 통과하기 위해, 그리고 피터의 테이프를 세상에 전하기 위해 그는 생명을 건 운전을 합니다.
위험한 질주와 결단은 그날 그 시간, 수많은 이들이 했던 선택의 무게를 고스란히 대변합니다.


송강호의 얼굴로 전하는 진짜 감정

‘택시운전사’의 중심에는 배우 송강호가 있습니다.
그는 김만섭이라는 인물을 통해 역사를 몰랐던 한 개인이 진실 앞에서 얼마나 크게 변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표현해냅니다.
소시민의 이기심, 두려움, 그리고 마지막엔 연대와 용기로 나아가는 그 여정은 관객 모두가 감정이입할 수밖에 없는 인간적인 서사로 다가옵니다.

송강호는 말보다 표정과 눈빛, 숨소리로 감정을 전달하는 배우로, 특히 광주에서 벌어진 참상을 처음 목격하고 눈이 커지고, 말을 잃는 장면은 영화의 전환점이자 관객이 함께 숨을 멈추는 순간입니다.
그의 변화는 정치적인 메시지보다 더 큰 공감과 울림을 만들어내며, ‘택시운전사’를 드라마가 아닌 ‘사람 이야기’로 승화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그와 함께한 토마스 크레취만은 차분하면서도 집요한 피터 기자 역할을 통해 국경을 넘은 연대와 저널리즘의 사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실존 인물 힌츠페터는 실제로 5·18 당시 촬영한 영상을 전 세계에 전했으며, 이 영화는 그의 헌신에 대한 경의와 감사를 담은 헌정의 의미도 지닙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름 없는 이들의 용기

‘택시운전사’는 단순히 역사적 사건을 되짚는 영화가 아닙니다.
이 영화는 기억의 의미, 그리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평범한 이들의 이름 없는 용기를 복원하는 작업입니다.
실제로 김만섭이라는 인물은 실명조차 명확히 기록되지 않은 채 오랜 시간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그에게 얼굴을, 삶을, 그리고 인간적인 이야기를 부여하며, "당신도 기억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조용히 전합니다.

특히 영화 후반부, 광주 시민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김만섭과 피터가 광주를 빠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면은,
절망 속에서 피어난 공동체적 연대와 인간애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많은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장훈 감독은 과장되지 않은 톤과 절제된 연출을 통해, 5·18이라는 비극을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소비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한 공감과 분노, 눈물의 여지를 남기는 균형 잡힌 연출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결론: 기억은 기록보다 오래간다

‘택시운전사’는 단순히 과거를 보여주는 영화가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당신은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를 묻는 작품입니다.
진실을 외면하지 않은 사람들, 그날의 목격자들, 그리고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기억이 사라지지 않도록,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조용히 되새기게 합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이자, 지금도 여전히 우리 곁에서 진실을 말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광주의 거리를 달린 한 택시운전사의 용기 있는 운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