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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곡성' 리뷰 (미스터리 스릴러, 초자연)

by 하고재비 라이프 2025. 7. 14.

영화 '곡성' 리뷰
영화 '곡성' 리뷰

 

 

2016년, 한국 영화계에 커다란 충격을 안긴 영화 ‘곡성’은 장르를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합적인 정서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입니다. ‘추격자’, ‘황해’의 나홍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작품은, 조용한 시골 마을에 정체불명의 외지인이 나타난 이후 벌어지는 연쇄살인과 광기, 악령, 그리고 종교적 상징들로 관객을 끊임없이 혼란스럽게 합니다. 스릴러이면서도 심리극이며, 공포영화이면서도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곡성’은 한국영화에서 보기 드문 독창성과 강렬함을 자랑하는 작품입니다.


영화 '곡성' 리뷰, 외지인의 등장, 시작된 공포와 의심의 파문

‘곡성’은 전라도의 외딴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외지인이 나타난 후 마을에 괴이한 죽음과 폭력이 잇따르면서 시작됩니다. 경찰관 종구(곽도원)는 처음에는 단순한 중독사건으로 여겼지만, 점점 밝혀지는 잔혹한 정황과 자신의 딸 효진까지 이상 증세를 보이자, 상황은 그의 일상이 아닌 생존의 문제로 바뀝니다.

외지인(쿠니무라 준)은 일본 출신의 남성으로, 마을 뒷산에서 은둔한 채 살아가며, 점점 그가 모든 사건의 원흉이라는 의심이 커집니다. 시체 근처에서 발견된 죽은 짐승, 괴이한 사진들, 마을 무당(황정민)의 말까지 종합되며 공포는 점점 확신으로 변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 모든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끊임없이 암시합니다.

감독 나홍진은 관객의 시선을 여러 번 뒤흔들며, 진짜 ‘악’이 누구인지, 누가 거짓을 말하고 있는지를 쉽게 결론 내리지 않게 만듭니다. 믿었던 인물이 뒤통수를 치고, 악으로 몰린 인물이 오히려 피해자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반복되면서, 영화는 단순한 귀신 이야기나 연쇄살인 사건을 넘어선 복합적 미스터리로 확장됩니다.


배우들의 집약된 에너지, 캐릭터의 파국을 이끌다

‘곡성’의 또 다른 힘은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력입니다. 곽도원은 마을의 평범한 경찰관으로 시작해, 점점 믿음과 불신, 절망과 광기 사이에서 무너져 가는 인물을 섬세하게 표현합니다. 딸을 지키고자 하는 부성애가 점차 맹목적인 분노로 변모해 가는 과정은, 곽도원 특유의 인간적인 연기와 맞물리며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황정민이 연기한 무당 일광은 영화의 핵심 인물 중 하나로, 종교적 상징이 응축된 존재입니다. 그는 화려한 굿판과 강한 퍼포먼스를 통해 강렬한 장면을 연출하지만, 그 역시 선인지 악인지 끝까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존재로 남습니다. 그의 등장 이후 영화의 분위기는 한층 더 초자연적이고 불길한 방향으로 전개됩니다.

쿠니무라 준은 말 한마디 없이도 스산한 공기를 만들어내는 배우입니다. 그의 무표정과 침묵, 그리고 특정 장면에서 드러나는 잔혹성은 악의 실체를 묘사하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작용하며, 관객에게 깊은 불안과 불신을 심어줍니다.

이처럼 각각의 인물이 선과 악, 진실과 거짓 사이에서 모호하게 배치되며, ‘곡성’은 관객이 스스로 판단하고 해석하게끔 만드는 영화로 완성됩니다. 이는 단순히 서사적 재미를 넘어서, 종교적 믿음, 인간의 욕망, 외부에 대한 혐오 등의 주제를 품은 철학적 영화로 평가받는 이유입니다.


악은 존재하는가? 질문으로 남은 종교적 미스터리

‘곡성’은 명확한 결말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사건의 중심에는 외지인, 무당, 여자(천우희) 세 인물이 존재하지만, 이 셋 중 누구를 믿을 것인가는 끝까지 관객의 몫으로 남겨둡니다. 종교적 상징과 초자연적 이미지가 중첩되며, 영화는 믿음과 의심, 구조와 파괴의 경계선을 끊임없이 흔들어댑니다.

굿판과 부적, 저주와 퇴마, 십자가와 악마, 조선 무속과 기독교, 일본 민속과 샤머니즘이 혼합된 이 기묘한 서사는, 한국인의 종교 인식과 집단 심리를 반영하면서도 그 자체로 상징적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누가 악인가?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감독은 명확한 답을 주지 않고, 오히려 혼란을 극대화함으로써, 영화가 끝나도 끝나지 않는 해석을 가능케 합니다. 이는 ‘곡성’을 수많은 영화 리뷰, 영상 해석 콘텐츠, 학술적 분석이 끊이지 않는 작품으로 만든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결론: 끝나지 않는 질문, 해석이 살아있는 공포

‘곡성’은 단순한 공포 영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믿음의 파괴와 인간의 불신, 그리고 우리 안의 악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품은 작품입니다. 이야기의 끝이 아닌, 끝없는 질문으로 남는 영화. 종구가 선택한 믿음이 옳았는지, 악은 정말 외부에서 온 존재인지, 아니면 우리 안에 있었던 건 아닌지.

2024년 현재, ‘곡성’은 다시 봐도 여전히 생생하고 무섭고, 무엇보다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영화입니다. 해석은 다양하지만, 분명한 건 이 작품이 한국영화사에 남을 하나의 문제작이라는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