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를 찾아서’(2016)는 픽사의 대표작 ‘니모를 찾아서’의 속편으로, 이번엔 건망증이 심한 물고기 도리가 주인공입니다.
기억을 잃어버리는 병을 갖고 태어난 도리가 자신의 가족을 찾아 나서는 여정은 단순한 모험을 넘어 정체성과 자아 회복, 가족의 의미를 따뜻하게 풀어냅니다. 픽사 특유의 감성적인 이야기 전개와 유쾌한 유머, 그리고 탄탄한 캐릭터들은 어린이와 성인 모두에게 공감과 감동을 전합니다.
영화 '도리를 찾아서' 리뷰, 기억을 잃은 도리, 가족을 기억하는 마음
도리는 원래부터 기억력이 매우 짧은 물고기입니다. ‘니모를 찾아서’에서 마린과 함께 여행을 떠났던 그녀는 밝고 명랑한 성격이지만, 항상 중요한 정보를 잊어버려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는 도리 자신의 과거, 즉 그녀의 부모와 어린 시절, 왜 혼자 바다를 떠돌게 되었는지를 밝히기 위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도리는 어느 날 자신이 부모님을 찾고 싶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되고, 니모와 마린의 도움을 받아 캘리포니아 해양생물 연구소로 향합니다. 기억을 잃으면서도 가슴 속 어딘가에 남은 희미한 단서들을 따라가는 그녀의 여정은 감동적이고 절박합니다. 그 여정은 단순한 구조적 탐색이 아니라, 자신의 존재와 사랑받았던 기억을 찾아가는 자기 정체성 회복의 서사입니다.
관객은 도리와 함께 우리가 누구인지를 정의하는 것은 단순히 기억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감정과 사랑의 흔적임을 깨닫게 됩니다.
픽사 특유의 감성, 감동과 유머가 공존하는 세계
‘도리를 찾아서’는 픽사 특유의 강점—감성, 철학, 유머, 그리고 섬세한 캐릭터 묘사—를 고스란히 담아낸 애니메이션입니다.
도리의 여정에는 새로운 친구들이 함께합니다. 문어 '행크', 고래상어 '데스티니', 흰돌고래 '베일리' 등 각기 다른 장애나 특징을 가진 캐릭터들이 등장하며, 도리를 도와줍니다. 이들은 모두 어떤 ‘결함’을 가진 존재들이지만,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의미 있는 역할을 하며 돕는다는 점에서 다양성과 포용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단지 도리만의 이야기가 아닌, 세상에 있는 모든 ‘다름’을 가진 존재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냅니다.
픽사는 이 작품을 통해 차이와 결핍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임을 강조합니다.
특히 극 중 병원(연구소) 장면들은 웃음을 자아내는 동시에 현대 사회의 ‘보호’와 ‘격리’ 사이의 경계를 은유적으로 표현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재미있는 모험이지만, 어른들에게는 깊은 사회적 상징이 담긴 구조입니다.
가족을 찾는 여정, 자아를 완성하는 이야기
‘도리를 찾아서’의 중심에는 가족의 의미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헤어진 부모님, 그리고 자신을 걱정하며 기다리는 두 분.
도리는 기억을 잃어도 부모님의 사랑만큼은 어렴풋하게 마음속에 남아 있습니다.
그 기억의 실마리를 따라가는 도리의 여정은 단지 가족을 ‘찾는’ 여정이 아니라, 스스로를 완성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결국 도리는 부모님을 찾고, **“너는 항상 잘해왔단다”**라는 부모의 말은 관객의 가슴을 울립니다.
그 말 한마디는 자신의 약함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이처럼 영화는 부모의 조건 없는 사랑, 그리고 그 사랑을 스스로 믿고 살아가는 도리의 용기를 통해 우리 모두에게 깊은 메시지를 던집니다.
뿐만 아니라, 도리는 여행을 통해 또 다른 가족—니모와 마린, 행크, 데스티니 등—을 만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되는 법을 배워갑니다.
이 과정은 진짜 가족이란 무엇인가, 나를 지탱해주는 관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보여주는 성숙한 이야기입니다.
결론: 기억하지 못해도 마음은 잊지 않는다
‘도리를 찾아서’는 단순한 모험 애니메이션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억을 잃은 존재가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 그리고 사랑과 신뢰의 흔적이 어떻게 한 생명을 지탱할 수 있는가에 대한 섬세한 탐구입니다.
픽사는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말합니다.
기억하지 못해도 괜찮다. 마음이 기억하고 있다면,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니다.
2024년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 감동적인 메시지는
아이와 어른 모두가 함께 웃고, 함께 울 수 있는 진정한 가족 영화의 정수입니다.
도리처럼 우리는 매일 잊어도, 결국 누군가를 찾아 나아가는 존재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