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한산: 용의 출현', 감독 소개 – 김한민 감독, 이순신 3부작의 설계자
‘한산: 용의 출현’의 연출을 맡은 김한민 감독은 영화 최종병기 활과 명량으로 흥행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은 감독입니다.
특히 2014년 개봉한 명량은 누적 관객 수 1,760만 명을 기록하며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를 차지했습니다.
김한민 감독은 명량, 한산, 그리고 향후 제작 예정인 노량까지 이순신 3부작을 계획하며,
단순한 전쟁 영화가 아닌 역사와 인물의 서사를 깊이 있게 조명하는 시리즈를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번 ‘한산’은 그 가운데 두 번째 작품으로, 이순신 장군의 전략가적 면모와 해전의 전술미를 부각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명량 이전, 전략으로 싸운 이순신
‘한산: 용의 출현’은 1592년 임진왜란 초기, 조선이 혼란에 빠진 시기를 배경으로 합니다.
명량이 해전의 위기 속에서 불가능을 돌파하는 결전의 이미지였다면,
‘한산’은 이순신이 지략과 연합을 통해 전세를 뒤집는 전략의 미학을 담고 있습니다.
전편에서 이순신 역을 맡은 최민식에 이어, 이번 작품에서는 박해일이 젊은 이순신을 연기하며
냉철하면서도 품격 있는 리더십을 보여줍니다.
또한 일본 측 장수인 와키자카 야스하루 역에는 변요한이 출연하여
이순신과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적장의 카리스마를 그려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전투 장면에만 의존하지 않고,
전략 회의, 정치적 긴장, 심리전 등 지능적인 전쟁의 국면을 밀도 있게 전개합니다.
한산도 앞바다, 용이 솟다
1592년, 부산포를 시작으로 조선을 침공한 일본군은 순식간에 한양을 점령하며 조선 수군의 사기를 꺾습니다.
그러나 전라좌수사 **이순신(박해일)**은 일본군의 해상 보급로를 끊기 위한 전략을 준비합니다.
그의 앞에 놓인 상대는 왜장 와키자카(변요한).
지략과 야망을 겸비한 와키자카는 조선 수군을 격파하기 위해 전라도 해안에 접근하고,
이순신은 이에 맞서 ‘학익진’이라는 전술을 구사할 전장을 한산도로 설정합니다.
한편 조선 조정은 내부 갈등으로 분열되어 있고,
수군 내부에서도 이순신의 전술에 대해 의심의 시선이 존재합니다.
이순신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냉정한 판단력과 탁월한 리더십으로 장수들을 설득해나갑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결국 한산도 해상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해전.
이순신은 조선 수군이 수적으로 열세임에도 불구하고
지형과 조류, 배의 배치를 활용한 ‘학익진’ 전술을 통해 일본군을 포위, 섬멸합니다.
그 과정에서 거북선의 존재감도 강렬히 부각되며,
이순신의 전술가적 면모가 단순히 무력뿐 아니라 과학과 정보, 심리전까지 포함된 지략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감상평 – 리더십과 전략의 아름다움
‘한산’은 단순한 전쟁 액션물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전략과 리더십, 인내와 용기의 미학을 그린 역사극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박해일의 이순신은 묵직한 카리스마보다는 절제된 품격과 냉정함으로 표현됩니다.
그의 리더십은 고함과 명령이 아닌, 신뢰와 설득으로 구성원들을 이끄는 방식이어서
기존의 영웅상과는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을 줍니다.
또한 와키자카 역의 변요한은 조선에 대한 조롱과 야욕, 그리고 전술적 자신감이 공존하는
복합적 빌런 캐릭터로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줍니다.
두 배우의 대립 구도는 물리적 전투보다도 정신적 전쟁의 묘미를 선사합니다.
특히 후반부 한산 해전의 시각효과와 전술적 구현은
한국영화에서 쉽게 보기 힘든 스케일과 정교함을 보여줍니다.
거북선이 일본군을 돌파하는 장면, 학익진이 완성되는 순간의 촬영은
시네마틱 한 완성도와 전율을 함께 전달합니다.
📝 총평 – 정적인 전쟁 서사의 진수
‘한산: 용의 출현’은 단순히 액션만을 내세운 영화가 아니라,
전쟁의 전개 과정 속 인간과 전략을 정밀하게 그려낸 작품입니다.
감정의 폭발보다는 이성과 인내, 전술과 배려로 완성된 전쟁 서사를 통해
이순신이라는 인물이 왜 오랜 세월 동안 존경받는지를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스펙터클한 장면은 물론이고, 한국 해전사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 중 하나인 한산도 대첩을
품격 있게 그려낸 이 영화는,
역사를 즐기며 동시에 전쟁 서사의 묵직함을 느끼고 싶은 관객에게 반드시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