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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킬링 로맨스 영화 사진
    킬링 로맨스 영화 사진

     

     

    ‘킬링 로맨스’는 기존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공식을 완전히 깨부수는 엉뚱하고 기묘한 블랙 코미디다. 이름부터 범상치 않은 이 작품은, 스타 배우와 괴짜 재벌의 기이한 결혼 생활, 그리고 이를 끝내기 위한 계획을 독특한 스타일로 풀어낸다. 이하늬, 이선균, 공명 등 배우들의 과감한 연기 변신과 과장된 연출, 음악적 유희까지 더해져 마치 뮤지컬 같고 만화 같은 영화가 탄생했다. 이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서 사회 풍자와 여성 서사, 정체성 회복이라는 메시지를 은근히 품고 있어, ‘이런 영화는 처음 본다’는 말을 절로 끌어내는 작품이다.

    1. 모든 장르를 비틀다, 기괴하고도 웃긴 이야기

    ‘킬링 로맨스’는 로맨틱 코미디의 틀을 빌려 시작하지만, 이내 모든 장르적 틀을 과감히 비튼다. 여주인공 ‘여래나(이하늬)’는 한때 잘 나가던 배우였지만, 연기 실패 후 남태평양 섬나라에서 만난 괴짜 재벌 조나단(이선균)과 결혼하면서 인생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조나단은 ‘로맨틱한 구원자’가 아니라 통제욕 넘치는 폭군에 가까운 인물로, 모든 행동과 감정이 과잉되어 있다. 반면 여래 나는 그 틀 속에 갇혀 점차 자아를 잃어간다. 이때, 맞은편 집에 사는 수능 재수생 범우(공명)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블랙 코미디 + 범죄 + 스릴러 + 희극으로 전개된다. 세 사람의 케미는 엉뚱하고 기묘하지만,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관객은 현실감을 기대하지 않게 된다. 영화는 처음부터 '우리는 과장된 이야기야'라고 말하듯, 인물의 행동과 표정, 대사까지 만화적이고 연극적인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러한 설정은 단순히 웃기기 위한 장치가 아니라, 현대 사회와 대중문화 속 억압, 조작된 로맨스, 이상한 성공 신화를 뒤틀어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작용한다. '킬링 로맨스'는 보기 드물게 용감하고 실험적인 서사 구조와 스타일을 지닌 영화다.

    2. 이하늬와 이선균의 폭발적 연기 변신

    이 영화의 핵심은 배우들의 연기력이 이 과장된 세계관을 설득력 있게 끌고 간다는 점이다. 이하늬는 한때의 영광을 잃고 재벌의 감시 아래 놓인 여배우 ‘여래나’ 역을 맡아, 처절함과 엉뚱함, 슬픔과 희망을 동시에 담은 다층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그녀는 스스로를 희화화하면서도, 여성으로서의 억압과 억눌린 감정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카리스마 있는 아름다움과 뻔뻔한 코믹함이 공존하는 이하늬의 연기는 이 영화가 진부하지 않도록 끌어가는 가장 강력한 요소다. 이선균은 이전 이미지와 완전히 다른 ‘조나단’ 캐릭터로 파격적인 변신을 선보인다. 말투, 표정, 옷차림, 심지어 대사의 리듬까지 과장과 광기로 가득 찼다. 그는 현실의 재벌이 아닌, 괴상하고 전능한 존재로 그려지며 모든 장면을 압도하는 에너지를 뿜어낸다. 공명은 이 두 사람 사이에서 현실과 비현실을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을 한다. 범우는 평범한 듯 보이지만, 이 과장된 세상에 잘 스며들어 ‘반항과 동참’의 아이콘이 된다. 그의 순수한 매력은 영화 속 긴장감과 희극성을 동시에 살려준다. 배우들이 자신을 내려놓고 과감하게 던지는 모습 덕분에, 영화는 의외의 몰입감을 제공하며, 관객이 이 ‘연극 같은 영화’에 자연스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이끈다.

    3. 과장이 전하는 풍자, 기괴함 속의 메시지

    ‘킬링 로맨스’는 과장이 곧 메시지다. 이 영화는 만화적 연출, 뮤지컬 요소, B급 감성, 컬러풀한 영상미를 통해 현대 사회가 강요하는 ‘이상적인 관계’와 ‘성공 모델’에 대한 통렬한 비틀기를 시도한다. 조나단은 성공, 부, 영향력을 모두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불안과 폭력으로 가득한 인물이다. 그의 통제 속에 갇힌 여래나는 겉으론 ‘성공한 여자’ 같지만, 내면은 철저히 무너져 있다. 여래 나가 탈출을 꿈꾸고, 범우가 이를 돕는 과정은 자기 인생의 주체로 돌아가기 위한 투쟁이자,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한 몸부림으로 읽힌다. 여기에 과장된 음악과 노래, 전광판 같은 자막 연출은 대중매체가 감정을 과장하고 소비하는 방식 자체를 패러디한다. 웃기지만 씁쓸하고, 경쾌하지만 진지하다. 또한 여성 주인공이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려는 여정을 중심에 놓으면서, 이 영화는 현대 여성 서사의 새로운 해석을 보여준다. 로맨스는 ‘죽이기(killing)’ 위해 등장하는 것이며, 진짜 로맨스는 스스로를 되찾는 순간 발생한다는 기발한 반전의 메시지다. 즉, ‘킬링 로맨스’는 웃음을 가장한 사회 풍자극이자, 페이크 로맨스를 벗겨내는 자각의 드라마다.

    ‘킬링 로맨스’는 흔한 로맨틱 코미디가 아니다. 그것은 로맨스에 대한 질문, 여성의 서사에 대한 반전, 성공과 억압에 대한 통찰을 유쾌하게 비튼 영화다. 장르적 실험과 파격적인 연출, 배우들의 무한한 헌신이 만든 이 작품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분명히 잊히지 않는 경험을 선사한다. 독특하고 기묘한 웃음을 찾는다면, 지금 바로 ‘킬링 로맨스’에 빠져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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